외국인아동 출생등록 법제화 캠페인
Here I am
등록될 권리, 존재할 권리
출생 미신고 아동의 비극적인 죽음이 드러난 이후
아동의 출생을 의료기관에서
국가에 바로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를 입증할 수 없는 아이들.
삶의 첫 순간부터 차별과 배제라는 커다란 벽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존재를 공적으로 등록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아동 출생등록’ 법제화를 위해
함께해 주세요.
생일없는 아이들에게서 온 편지
부모의 법적 지위나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외국인 아동은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교육을 받기도 힘듭니다.
아동학대나 유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이기도 쉽습니다.
미래를 꿈꿀 권리도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1
은성이의 편지
2
해솔이의 편지
3
재민이의 편지
4
채빈이의 편지
5
은별이의 편지
“저는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3학년 이은성(가명)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외국인이신데,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두 분이 이곳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저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체류자격이 없어 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릴 때는 제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긴 것도 똑같고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녔으니까요.
제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태권도를 배우면서부터 입니다.
저는 사범님,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를 하는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시범단으로도 뽑히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잘 한다고 인정도 받아서 태권도로 대학교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태권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증을 딸 수 없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제가 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계속 태권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다 있는 단증을 저만 딸 수 없어 속상합니다.
“어차피 단증도 못 따는데 태권도를 계속 해서 뭐하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저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제 이름은 임해솔(가명)입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일을 찾아 먼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전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다니지만 제 존재는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떡볶이나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가도 계산을 할 때가 되면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 카드로 계산하거나 핸드폰으로 돈을 보내는데 저만 카드도 핸드폰도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는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못 해서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식당도, PC방도, 스터디카페도 못
갔습니다.
모두들 놀이공원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도 보험을 들지 못한다고 해 저만 못 갔습니다.
왜 너는 핸드폰이 없냐고, 왜 PC방에 못 가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내 존재가 ‘불법’이라는 것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어서 친구들을 피하기도 합니다.
새 학년에 올라갈 때면 증명서를 가져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저를 의심하는 선생님도 가끔 있습니다.
제 이름도, 생일도, 부모님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저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여기에 있는데 어른들은 왜 저를 자꾸 없는 사람 취급을 할까요?
“왜 저만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재민입니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엄마는 귀화를 해서 한국 국적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와 같이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법원의 출생 확인이 필요했는데 제 국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출생등록도 못 하고 무국적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중학교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선생님께서 무국적 상태에서는 고등학교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원래 변호사가 꿈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을 도와주는 인권 변호사 분들을 보면서 저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수업시간에 잠만 잡니다.
혼내는 선생님에게 “공부하면 뭐해요?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잠만 자야 하는 제 상황이 괴롭고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꿈을 찾아갈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저를 보면 속이 상하고 화도 납니다.
제가 선택해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무국적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저만 친구들과 다르게
살아야 할까요?
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변호사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말처럼 다시 꿈을 꾸어도 될까요?
괜히 다시 좌절을 하게 되면 어쩌죠?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싫습니다.
“부모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그만하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김채빈(가명) 입니다.
오늘 저는 저와 제 가족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천식이랑 피부병으로 아파서 부모님이 많이 걱정을 합니다.
기침이 심해질 때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제 신분증이 없어서 부모님이 많이 곤란해 하십니다.
저는 출생신고를 못 해서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태어날 때 받았다는 임시 신생아 번호를 내기도 하는데 병원에서는 저와 제 부모님을 이상하게
보기도 합니다.
저는 보험이 없어 병원비도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와 같은 외국인을 도와주는 병원에 다닙니다.
집에서 2시간이나 걸리지만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가끔 무료진료소에도 가지만 문을 열지 않아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해지려면 지금 사는 집에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 공장 옆에 붙은 지하 방입니다. 곰팡이가 잘 생기는데 이것 때문에 자꾸 기침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은 한숨을 쉽니다.
저희 부모님은 난민입니다. 한국에 온지는 오래 되었는데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서 일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아빠는 주로 공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합니다.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어 집에서 쉬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엄마, 아빠는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저는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좋은데 말입니다.
요즘은 유치원에도 못 다니고 집에 혼자 있는 동생이 제일 걱정입니다.
저는 단체의 도움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동생은 저와 달리 도움을 못 받아서 유치원에 다니지 못 합니다.
그래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친구도 없이 집에서만 놉니다.
제 동생도 출생등록이 안 되어 있는데 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도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두 분 모두 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데 매일 저와 제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제가 아픈 것도, 동생이 집에만 있는 것도 부모님 잘못이 아닌데 말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그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요.”
제 이름은 박은별(가명)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1반입니다.
저희 엄마는 외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아빠를 만나 결혼했지만,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출생등록을 못 했고, 이 일로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힘들어 하셨습니다.
유치원 친구들은 모두 취학통지서를 받았는데 출생등록을 못한 저만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못 가는 건 아닌지,
학교에 가서 차별을 받고 놀림을 받지는 않을지 엄마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 제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글도 잘 모르고 선생님 말씀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친구들도 많이 생겨서 학교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너는 한국인이 아니야”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사과도 받았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나도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너보다 김치도 잘 먹는다’고 꼭 말해줄 겁니다.
저희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쳐 줍니다.
보험 가입을 못해 저만 체험학습을 못 갔을 때도 따로 불러서 잘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저에게 나쁜 말을 하면 제 손을 꼭 잡아주기도 합니다.
저는 커서 저희 선생님같은 선생님이 꼭 되고 싶습니다.
* 아동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살고 있는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여러 이야기를 묶어 편지로 구성했습니다.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해
여러분의 지지를 보내주세요!
여러분께서 모아 주신 서명은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여
외국인아동 출생등록 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Q & A
Q
외국인 아동이 출생등록을 하면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거 아닌가요?
A
출생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경우는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가 주로 해당됩니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출생지와 관계없이 아동은 부모의 국적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출생신고와 국적 취득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출생신고를 통한 신분등록을 한국에서 했다고 해서 아동에게 국적이 부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Q
외국인 아동은 자국에 출생등록을 하면 되지 않나요?
A
일부 국가는 외국에서의 출생신고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난민인정자나 난민신청자 등은 본국에서의 박해에 대한 공포로 본국 대사관을 찾지 못합니다. 또한 한국에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없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출생등록과 같은 법적 신분 증명이 되지 못하는 경우 외국인 아동은 아동매매, 유기, 불법 입양 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국적과 관계 없이 모든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인정하고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밝힌
아동이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 받을 권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김희진 외(2022). 생일 없는 아이들, 현소혜(2020). 외국인 아동을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필요성과 도입방안. 한국가족법연구. 34권, 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