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아동 출생등록 법제화 캠페인
Here I am
등록될 권리, 존재할 권리
출생 미신고 아동의 비극적인 죽음이 드러난 이후
아동의 출생을 의료기관에서
국가에 바로 알리는
출생통보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남아
있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를 입증할 수 없는 아이들.
삶의 첫 순간부터 차별과 배제라는 커다란 벽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존재를 공적으로 등록하고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아동 출생등록법’ 제정을 위해 함께해 주세요.
생일없는 아이들에게서 온 편지
부모의 법적 지위나 사회적 신분 등에 따라
외국인 아동은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어렵고 교육을 받기도 힘듭니다.
아동학대나 유기와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이기도 쉽습니다.
미래를 꿈꿀 권리도 쉽게 허락되지 않습니다.
1
은성이의 편지
2
해솔이의 편지
3
재민이의 편지
4
채빈이의 편지
5
은별이의 편지
“저는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중학교 3학년 이은성(가명)입니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외국인이신데,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합니다.
두 분이 이곳에서 만나 결혼을 하고 저를 낳았습니다. 그러나 체류자격이 없어 제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셨습니다.
어릴 때는 제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생긴 것도 똑같고 저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녔으니까요.
제가 친구들과 다르다는 걸 알게 된 건 태권도를 배우면서부터 입니다.
저는 사범님, 친구들과 함께 태권도를 하는 시간이 제일 좋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니 시범단으로도 뽑히게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잘 한다고 인정도 받아서 태권도로 대학교도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태권도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단증을 딸 수 없습니다.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가 없어 제가 저라는 것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계속 태권도를 하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다 있는 단증을 저만 딸 수 없어 속상합니다.
“어차피 단증도 못 따는데 태권도를 계속 해서 뭐하지?”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미래를 꿈꾸는 것조차 허락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저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제 이름은 임해솔(가명)입니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일을 찾아 먼 외국에서 한국으로 오셨습니다.
전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없습니다.
이곳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다니지만 제 존재는 어디에도 등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요즘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떡볶이나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가도 계산을 할 때가 되면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집니다.
친구들은 모두 부모님 카드로 계산하거나 핸드폰으로 돈을 보내는데 저만 카드도 핸드폰도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때는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못 해서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식당도, PC방도, 스터디카페도 못
갔습니다.
모두들 놀이공원으로 체험학습을 갈 때도 보험을 들지 못한다고 해 저만 못 갔습니다.
왜 너는 핸드폰이 없냐고, 왜 PC방에 못 가냐고 묻는 친구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내 존재가 ‘불법’이라는 것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이 싫어서 친구들을 피하기도 합니다.
새 학년에 올라갈 때면 증명서를 가져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는 저를 의심하는 선생님도 가끔 있습니다.
제 이름도, 생일도, 부모님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저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여기에 있는데 어른들은 왜 저를 자꾸 없는 사람 취급을 할까요?
“왜 저만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저는 강재민입니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엄마는 귀화를 해서 한국 국적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와 같이 한국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법원의 출생 확인이 필요했는데 제 국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저는 출생등록도 못 하고 무국적 상태로 살아왔습니다.
중학교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선생님께서 무국적 상태에서는 고등학교에 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원래 변호사가 꿈이었습니다.
저희 가족을 도와주는 인권 변호사 분들을 보면서 저도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수업시간에 잠만 잡니다.
혼내는 선생님에게 “공부하면 뭐해요?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라고 말해버렸습니다.
선생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잠만 자야 하는 제 상황이 괴롭고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해버렸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공부를 하고 꿈을 찾아갈 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저를 보면 속이 상하고 화도 납니다.
제가 선택해서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무국적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저만 친구들과 다르게
살아야 할까요?
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변호사님 등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씀을 해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이분들의 말처럼 다시 꿈을 꾸어도 될까요?
괜히 다시 좌절을 하게 되면 어쩌죠?
꿈조차 마음대로 꿀 수 없는 이 상황이 너무 싫습니다.
“부모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그만하면 좋겠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5학년 김채빈(가명) 입니다.
오늘 저는 저와 제 가족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천식이랑 피부병으로 아파서 부모님이 많이 걱정을 합니다.
기침이 심해질 때면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제 신분증이 없어서 부모님이 많이 곤란해 하십니다.
저는 출생신고를 못 해서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태어날 때 받았다는 임시 신생아 번호를 내기도 하는데 병원에서는 저와 제 부모님을 이상하게
보기도 합니다.
저는 보험이 없어 병원비도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와 같은 외국인을 도와주는 병원에 다닙니다.
집에서 2시간이나 걸리지만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가끔 무료진료소에도 가지만 문을 열지 않아 그냥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해지려면 지금 사는 집에서 이사를 가야 한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 공장 옆에 붙은 지하 방입니다. 곰팡이가 잘 생기는데 이것 때문에 자꾸 기침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사를 가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부모님은 한숨을 쉽니다.
저희 부모님은 난민입니다. 한국에 온지는 오래 되었는데 아직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해서 일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아빠는 주로 공장에서 일하고 엄마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합니다.
갑자기 일을 못하게 되어 집에서 쉬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엄마, 아빠는 걱정이 많아 보입니다.
저는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좋은데 말입니다.
요즘은 유치원에도 못 다니고 집에 혼자 있는 동생이 제일 걱정입니다.
저는 단체의 도움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닐 수 있었습니다.
동생은 저와 달리 도움을 못 받아서 유치원에 다니지 못 합니다.
그래서 한국말도 잘 못하고 친구도 없이 집에서만 놉니다.
제 동생도 출생등록이 안 되어 있는데 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도 집에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두 분 모두 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데 매일 저와 제 동생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제가 아픈 것도, 동생이 집에만 있는 것도 부모님 잘못이 아닌데 말입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그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해서 눈물이 나요.”
제 이름은 박은별(가명)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1반입니다.
저희 엄마는 외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에서 아빠를 만나 결혼했지만, 제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어딘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출생등록을 못 했고, 이 일로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제일 힘들어 하셨습니다.
유치원 친구들은 모두 취학통지서를 받았는데 출생등록을 못한 저만 받지 못했습니다.
학교에 못 가는 건 아닌지,
학교에 가서 차별을 받고 놀림을 받지는 않을지 엄마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집 근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좋은 분이라 제가 학교에 다닐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글도 잘 모르고 선생님 말씀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친구들도 많이 생겨서 학교에 가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 “너는 한국인이 아니야”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그러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어서 사과도 받았지만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다음에 또 그러면 ‘나도 여기에서 태어났다’고, ‘너보다 김치도 잘 먹는다’고 꼭 말해줄 겁니다.
저희 선생님은 공부를 잘 가르쳐 줍니다.
보험 가입을 못해 저만 체험학습을 못 갔을 때도 따로 불러서 잘 이야기해 주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이 저에게 나쁜 말을 하면 제 손을 꼭 잡아주기도 합니다.
저는 커서 저희 선생님같은 선생님이 꼭 되고 싶습니다.
* 아동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에 살고 있는 출생 미등록 외국인 아동의 여러 이야기를 묶어 편지로 구성했습니다.
출생등록될 권리를 지키는 사람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1항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 하며
출생 시부터 이름을 갖고, 국적을 취득하며
가능한 한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받아야 한다
어떤 아동도 당연한 권리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아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준 이들이 있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서 아이들의 좌절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참여를 해주시면
저희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함께 힘을 합쳐서 아이들의 좌절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참여를 해주시면
저희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나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은성이에게,
은성이의 편지를 받고 아저씨도 은성이 정도였을 때의 시절을 회상해보게 되었어요.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말에 마음이 아프고,
같은 사회에 살고있는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책임감을 느껴요.
중학교 3학년이면, 한창 친구들과 다니는 재미가 있고,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다 얘기하지 못하는 비밀도 생기지요.
한편으로는 공부할 과목도 많아지고,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진로 고민도 많을 때인데,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얼마나 좌절감이 들지 상상하기 어려워요.
아저씨는 그래도 은성이에게, 꿈을 현실에 가두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은 달라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은성이와 같은 사정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더 나은 생활로 이끌 수 있을지 지혜를 모으면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어요.
은성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고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았으면 해요.
아저씨는 국회의원인데,
은성이 같은 외국인 아동들도 국내 아이들처럼 출생등록이 되도록 하는 법률안도 제출했어요.
조속히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게요.
은성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태권도로 대학도 가고,
다른 친구들처럼 원하는 직업과 꿈을 키워나가기를 바라요.
은성이의 꿈을 응원하며, 국회의원 소병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부모의 지위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누구나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부모의 지위와 무관하게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누구나
출생등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은성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아동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오준입니다.
제가 과거에는 유엔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대사로 일한 적도 있는데요,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에 대해 들어 본 적 있으시죠?
80년 전에 만들어진 유엔은 전 세계 국가들이 평화롭게 지내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들이나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유엔의 중요한 역할은 모든 사람이 존중 받을 수 있도록
인권을 지키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평등합니다.
남자이든 여자이든, 피부색이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어른이든 아이이든,
모든 사람은 똑같은 인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은성 학생이 부모님이 외국인이라서 출생등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엔의 아동권리협약이나 다른 모든 국제법은
아이들이 누구나 출생 등록을 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거든요.
우리나라의 법이나 제도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서
은성 학생이 그처럼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은성 학생 같은 모든 아동이 법적으로 존재를 인정 받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저를 포함한 세이브더칠드런과 여러 아동단체들이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어른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힘을 합치면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은성 학생이 결코 낙담하지 말고, 태권도도 더 열심히 하고, 공부도 많이 하면,
단증은 물론이고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마세요. 세상에는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훨씬 많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서로를 인간으로 잘 대해주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서로를 인간으로 잘 대해주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함께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해솔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겨울이라고 합니다.
저는 글을 쓰고 책에 대한 영상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몇 년 전,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을 읽고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아직 해솔씨가 읽기에는 어려운 책이겠지만, 아마 이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해솔씨일 거예요.
왜냐하면 이 책은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에 대한 책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전통적으로 백일잔치를 해왔습니다.
아기가 태어나 100일 동안 죽지 않고 잘 살아있음을 기뻐하는 잔치인데요,
이런 통과의례를 거쳐 비로소 아기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다고 해요.
그 전에 아기가 죽으면 장례식조차 치르지 않았다고 하죠.
지금은 이런 사회적 인정의 과정을 출생등록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누군가가 사람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늘 이런 의례가 필요해왔습니다.
사회 속에서 사람이 사람으로 여겨지기 위해서는
생물체로서의 사람이어서는 불충분하고, 사회적인 인정이 필요하죠.
이런 인정의 의례를 제공받지 못한 사람이 분명히 있고, 해솔씨도 그중 한 명이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의 존재를 깨닫고 지독히도 부끄러웠습니다.
해솔씨 같은 사람이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적어도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한 사회 안에서 사람으로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사회가 나눠져야 할 책무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수준의 보편적 인식과 관용을 갖고
법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 선진국 수준의 보편적 인식과 관용을 갖고
법제도를 새롭게 정비해야
합니다”
강재민 님, 안녕하세요.
저는 김누리라고 합니다.
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난 20세기 인류에게 커다란 불행을 안겨준 나라지요.
1차,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많은 유태인을 학살했지요.
그런 독일이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요?
비밀은 독일 헌법 제1조에 있습니다.
“인간 존엄은 불가침하다.”
독일은 국가의 존재 이유를 인간 존엄의 수호라고
선언하고, 성숙한 민주국가로 성장한 것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그 사회의 영혼을
더 정확하게 드러내 주는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이방인인 경우는 더욱 더 그렇겠지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나라가 존경 받는 나라입니다.
이방인 아이들까지 품어주는 사회가 성숙한 영혼의 사회입니다.
재민 님의 존재가 자연스레 인정받고,
출생등록이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은
재민 님에게는 인간으로서 타고난 권리를 회복하는 일이고,
대한민국에게는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재민 님의 출생등록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도록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당연히 바꿔나가야 할 것을 같이 알고, 느끼고,
공감하고 차근차근 바꾸어 나갔으면 합니다”
“당연히 바꿔나가야 할 것을 같이 알고, 느끼고,
공감하고 차근차근 바꾸어 나갔으면 합니다”
채빈이에게,
어른들을 대표해서 미안합니다.
채빈이는 가까운 병원에 갈 수 있는 권리와
안전한 환경에서 자랄 권리와
언어를 배워 사회 구성원과 함께 소통할 권리와
제 나이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난 채빈이 같은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저희 어른들이 해야할 일입니다.
이 땅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국가에 등록하고 존재를 공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채빈이 같은 아이들은 이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출생등록되지 않은 아이가 이 땅에 있는게 맞는 일인지요.
국가가 그들의 존재를 알 수 없으므로
그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병원도 가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방임과 아동학대에 쉽게 노출됩니다.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 아동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 땅의 아이들이 사회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모든 아동이 출생등록 될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세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 같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 같이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은별에게
은별아, 반가워. 나는 권인숙 국회의원이라고 해.
3년 전 이맘때쯤 은별이처럼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학교에 못 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
생각보다 많은 어린이들이 출생등록을 하지 못해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데 꼭
필요한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고, 병원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단다.
그 친구들이 우리나라 어디에 몇 명이나 있는지 알고 싶어서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출생 사실이
어디에도 등록되지 않아서, 아무도 은별이 같은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확실히 알고 있지
않았어. 너무 안타까웠지.
혹시 은별이가 국회에 와봤는지 모르겠다. 내가 일하는 국회라는 데는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곳이거든.
법은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규칙이나 약속을 말하는 거야.
예를 들면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
‘출생 후 1달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이런 규칙들이지. 그걸 어려운 말로 ‘법’이라고 해.
그래서 나는 국회에서 은별이 같은 친구들을 위해 “외국인아동 출생등록법”을 만들기로 결심했어.
엄마나 아빠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어린이가 태어나면 누구나 ‘출생등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하는 법이야. 나를 포함해서 38명의 국회의원들이 함께 이 법안을 만들었단다.
이제 국회의원들이 열심히 의논하고 투표를 해서 이 법을 실제로 작동시킬 건지 결정하게 될 거야.
이 법안이 꼭 통과돼서 세상의 모든 은별이들이 출생등록도 하고 학교도 마음 편히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은별아!
학교에서 친구들이 놀릴 때마다 네가 얼마나 속상했을지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파. 출생등록이
되어도 생김새가 다르다고 차별하는 아이들이 또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아이들이 뭐라고
하더라도,
너는 태어난 순간 그 자체로 귀한 존재라는 걸 잊으면 안 돼.
은별이 손을 꼭 잡으며 용기를 주신 선생님처럼, 은별이도 소외된 아이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는
선생님이 꼭 되길 바랄게.
은별아, 언젠가 엄마랑 꼭 국회에 와서 나랑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법 통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게.
은별이도 와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렴.
우리가 만날 때까지 은별이가 엄마와 함께 하루하루 행복하고 건강하길 기도할게!!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해
여러분의 지지를 보내주세요!
여러분께서 모아 주신 서명은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여
외국인아동 출생등록 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되도록
촉구하겠습니다.
Q & A
Q
외국인 아동이 출생등록을 하면 한국 국적을 갖게 되는 거 아닌가요?
A
출생에 의해 대한민국 국적을 갖게 되는 경우는 출생 당시에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가 주로 해당됩니다. 우리나라는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출생지와 관계없이 아동은 부모의 국적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출생신고와 국적 취득은 서로 다른 개념으로, 출생신고를 통한 신분등록을 한국에서 했다고 해서 아동에게 국적이 부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Q
외국인 아동은 자국에 출생등록을 하면 되지 않나요?
A
일부 국가는 외국에서의 출생신고를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난민인정자나 난민신청자 등은 본국에서의 박해에 대한 공포로 본국 대사관을 찾지 못합니다. 또한 한국에 영사관이나 대사관이 없는 국가들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출생등록과 같은 법적 신분 증명이 되지 못하는 경우 외국인 아동은 아동매매, 유기, 불법 입양 등과 같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요?
A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호주, 네덜란드, 일본 등이 있습니다.
이들 국가는 국적과 관계 없이 모든 아동의 존재를 공적으로
인정하고 등록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밝힌
아동이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 받을 권리’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 참고 자료 : 김희진 외(2022). 생일 없는 아이들, 현소혜(2020). 외국인 아동을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필요성과 도입방안. 한국가족법연구. 34권, 2호